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

1999년에 우리나라에 정발된 "미녀는 괴로워"란 만화가 있다. 

차마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상상초월의 뚱녀로 온갖 차별과 멸시를 당했던 칸나가 
전신성형으로 완벽한 미인이 되어서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재미의 포인트는,
뚱녀시절에 받았던 차별과 멸시로 인해 '미인은 이래도 돼''이런 건 촌닭이나 하는 거야'라는 이상한 편견에 사로잡혀서 좌충우돌하는 칸나의 모습인데, 결국 칸나는 다른 미인들과는 다른 자신의 본모습이었던 부분 -식당아줌마였기 때문에 요리를 잘하고,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고 꼼꼼하게 살림하며, 못생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아픔에 공감하고 대변하기도 하는 모습들 덕분에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만화는 2006년도에 한국에서 김아중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이 이후로 뚱뚱하고 못생겼던 여주인공이 날씬하고 예뻐져서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이 몇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이 나올 때마다 "성형을 조장하는 것이냐" "예뻐져야 행복할 수 있냐"란 비판이나 논란도 있던 것 같다.

'미녀는 괴로워' 원작만화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성형수술 찬양 만화가 아닌,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했지만...



어쨌든 최근에도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웹툰들이 많아졌는데, 스토리면에서는 정말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못생겼던 캐릭터가 예뻐져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 파국으로 치닫는 작품도 있고,
해피엔딩이든 비극적인 결말이든 그 과정에서 현대 사회의 여러가지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한다. 

요즘 작가들 수준이 많이 높아진 듯...



어쨌든 이런 작품들을 보다보니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저 캐릭터의 성형전 모습과 성형후 모습을 같은 캐릭터로 인식하고 있나?





한국에서 만들어진 "미녀는 괴로워" 영화 포스터 (원작만화에선 칸나의 원래 모습이 안 나와서 ㅠ)

왼쪽은 분장한 김아중, 오른쪽은 그냥 김아중. 
둘은 같은 사람인데 왜 다르게 대우받아야했을까?

똑같은 사람인데 단순히 '외모'를 가지고 차별을 받아야하는 걸까?

뚱뚱한 사람이라면 함부로 대해도 되나? 괴롭힘당하고 멸시해도 되나?



네이버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의 미래

























이 작품은 고등학교때까지 못생긴 외모로 고통받다가 성형미인이 되어 대학교 생활을 시작한 미래의 이야기이다. 
보면서 열심히 미래가 행복해지길 응원했는데, 과연 나는 왼쪽의 미래와 오른쪽 미래를 같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나?
내가 응원한 것이 왼쪽의 미래가 맞나?



네이버웹툰 "마스크걸"의 모미
























이 작품은 19금인데 몸매는 좋지만 얼굴이 못생겼던 모미는 스스로 망상에 사로잡힌 면도 있지만, 주변의 이상한 남자와 나쁜 남자에게 당할뻔하기도 해서 결국 사람을 죽이고 얼굴을 성형해서 도망다니면서 점점 파국을 맞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댓글을 보다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1부의 못생긴 모미와, 2부의 예뻐진 아름이(가명)의 목소리를 다르고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도 그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모미와 아름이를 같은 캐릭터로 인식하고 있나?
못생긴 모미가 망상하고 할 때는 좀 미워하고 혐오했지만, 수술후에 열심히 살려고 했을 땐 살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동정이 갔다.
나는 모미와 아름이를 전혀 같은 캐릭터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외모가 바뀌었단 이유로....




다음웹툰 "껍데기" 의 한태희

위의 두 작품은 이제 완결된 작품들이지만 이건 아직 연재되고 있는 작품.

예전에 있던 TV프로그램인 '렛미인'을 모티브로한 작품으로 역시 못생겼던 한태희가 성형프로그램인 '경국지색'을 통해 성형을 하고 겪는 일들에 대한 작품이다.

역시 못생긴 한태희와 예뻐진 한태희를 같은 캐릭터로 생각하고 응원하고 있었을까?






우리는 왜 이렇게 외모에 휘둘리는 걸까?

물론 예쁜 것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긴 할 것이다.
강아지들도 짝을 선택할 때 좀 더 건강해보이고 깔끔한 쪽을 선택한다고도 하니.. 

예쁜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못생긴 사람을 차별하고 무시해야할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인데, 
어째서 저 작품속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보면 못생긴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무심코 우리는 외모로 인한 차별들 너무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예전 포스팅에도 말했지만, 나는 이전회사를 다니면서 살이 많이 쪘다. 

원래는 친구들이 신기해할 정도로 많이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었는데, 나이가 든 탓도 있고
밤늦게 먹으면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폭식까지 했으니 말이다.

사실 지금도 몸무게 자체는 많이 빠지진 않았지만, 필라테스로 인해 자세교정이 많이 되었고 근육량이 늘면서 라인이 생기는 중이다.




그럼 나는 살찐 나와 살 빠진 내가 다른 사람인가?



아니다.

살이 쪘든 안 쪘든 간에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내 고양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단지 '외모' 때문에 다른 대우를 받을 이유가 있나?





또한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모는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사고든 수술이든 병이든 운동이든 성장이든 등등..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내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생각해본다. 

당시 내 친구들과는 아무런 생각없이, 함께 있으면 재미있고 즐거워서 친해졌고
지금까지도 취향은 다르지만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쌍수하고 이를 교정하고, 대학교가고 취직하고 몇은 결혼하고 애도 낳고 했지만, 외모가 우리 사이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는 바로 상대의 성격이나 나와 맞는지 알기 힘들고, 쌓인 정도 없다보니
단순하게 외모로만 평가하고 호불호를 결정해버리는 일이 많은 것 같다.

반성해야겠다.




물론 '성적인 끌림'에는 외모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뚱뚱한 사람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기는 힘들테니까...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연애후보는 아니며, 내가 성적인 끌림을 못 느낀다고 해서 그 사람의 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가치는 성적인 끌림으로 결정되는 게 아닐 것이다.





외모보다 더 중요한 사람의 가치를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덧글

  • 타마 2019/08/16 08:52 #

    본능... 같은거겠죠. 동물들의 판단기준이라고 한다면, 대체로 외모부터 시작하니까요. (근육이 많으면 사냥을 잘하겠다... 깃털이 예쁘면 그만큼 외모에 신경쓸 여력이 있다던가... 성적인 끌림으로 판단한다기 보다는 저런 능력적인 요소들을 본 후에 성적인... 번식욕구?가 생기겠죠.) 어떻게든 더 생존에 적합한(능력있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돈 많은 배우자를 원하거나, 아이돌을 선망하거나, 공부 잘하는 친구와 친해지고 싶다던가...

    하지만 인간으로서 과연 외모라는 판단 기준이 옳은지는 항상 생각해야겠죠. 더군다나 외모의 선호는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니 기준 자체도 오락가락하고 말이죠. 다같이 예쁘다고 소리쳐도 그저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러는 경우도 많구요. ㅎㅎ
  • 불꽃영혼 2019/08/17 10:23 #

    답글 감사합니다~ 저도 본문에 본능이라고 쓰긴 썼어요 ㅎ
    그런데 본능적으로 예쁜 것을 선호한다고 해서 못생긴 걸 차별해도 되는 건 아닌데 그걸 잊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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