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정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1)

나는 어렸을 때, 이성과 감정이 별개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는대로 감정이 따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이 들면 좋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라던가 '연애에서 상대가 이렇게 행동을 한다면 바로 헤어질 수 있다' 라던가....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감정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성과 상관없이 생겨나기도 하고, 또한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사람을 행동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만약에 내 연인이 양다리를 걸쳤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하고 상상해 본 게 계기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양다리 같은 걸 하는 사람 따윈 필요없다, 쿨하게 헤어져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상황을 상상하고 몰입한 순간 점점 화가 났다.

그동안 행복했던 시간들을 산산조각낸 상대에 대한 배신감은 물론
그런 쓰레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좋아했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덮쳐왔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하지?
왜 이렇게 상처를 받아야하지?
내가 쓰레기를 알아보지 못한 게 그렇게 잘못한 거야?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네가 잘못했으니까 네가 벌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치닫게 되었다.

감정이 이성을 마비시킨다는 표현이 있는데, 반쯤 맞는 말인 것 같다.
이성이 감정에 따른 행동을 합리화하고 있으니까...
내가 너에게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다 정당하다고... 



과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나는 이 거대한 감정에 휩쓸려서 상대방에게 밑바닥을 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감정에 휩쓸린 사람을 무조건 두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감정에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안타깝게 연민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이성적인 잣대로 남에게 비난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공감능력을 키운다면, 별 도움이 안 되는 비난이 아닌, 좀 더 그 사람을 위한 비판과 케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가끔씩 감정이 그걸 방해한다.

또한 나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내 감정에 공감해주지 않을까봐, 혹은 내 감정을 부담스러워할까봐 늘 걱정하고, 감정을 숨기게 된다.

이제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더 많이 고민해야할 것 같다.

이성과 감정을 잘 조율해가면서..... 

덧글

  • 살벌한 눈의여왕 2020/02/28 18:57 #

    진짜 양다리면 그냥 유효기간이 다 됐거나 여기까지구나 하고 놔줘야죠..
  • 살벌한 눈의여왕 2020/02/28 18:59 #

    님. 두분에게 더 나은 짝이 있는겁니다
    여기가 삶의 끝이 아닙니다
    믿고 놔주쇼,.... 진정하시구요
    홧팅.
    자아의 성숙을 알게해준 그대여 고마워..
    라고 하자구요.
  • 불꽃영혼 2020/02/29 01:41 #

    ;;;;;; 제 글을 제대로 읽으시지 않은 것 같아 당황스럽네요;;;;위에도 썼지만, 그건 그냥 상상해 본 것입니다. 양다리 걱정할만한 연인이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ㅋㅋ;(여담이지만 책이나 글을 읽을 때 잘 감상하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면서 좀 더 인물 묘사를 생생하게 하기 위해 캐릭터가 되어 상상해봅니다 ㅎㅎ;;)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렇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감정이 밀려드는데, 만약 실제 일이라면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고 감정을 다스릴까 하는 고민이었어요. 제가 실제 겪은일이라거 착각하시고 이런 답글을 다신 님의 마음에는 감사드립니다 ㅎㅎ
  • 2020/02/29 02: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2/29 13:5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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